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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특집> 김삼열의 '어머니' 외

     날짜 : 2012년 05월 07일 (월) 2:22:08 오전     조회 : 2255      

<어버이날 특집> 김삼열의 '어머니' 외

+ 어머니

어머니는
슬픔이며
기쁨입니다.
언제나 죄송하고
미안한 분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여도
그분 앞에
떳떳이 설 수 없는
죄인입니다.

어머님은
사랑이시며
희생이시고
헌신이시며
생불입니다.
(김삼열·시인)


+ 사랑

나는 어머니가 좋다. 왜 그냐면
그냥 좋다.
(서동수·초등학생 동시)


+ 어머니날에

빛은 빛이면서
당신의 몸을 비치지 못하고

소리는 소리이면서
당신의 귀를 밝히지 못한다.

기도는 기도이면서
당신의 구원을 빌 짬이 없고
목숨은 목숨이로되
당신의 영화를 도모할 겨를 없다.

언제나 당신은
우리의 그늘 뒤에 서시며

그래서 그 그늘은
오히려 따스하고 환하다.
(문효치·시인, 1943-)


+ 외상값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 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 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신천희·승려 시인)


+ 어머니

한 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 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김초혜·시인, 1943-)


+ 어머니  

당신의 이름에선
새색시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幼年)의 추억

당신의 가르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어머니

굽이 떨어져나갔다
보이지 않는 곳 맨 아래
바닥에 엎드려
끄는 대로 스치면서 닳으면서
돌뿌리 자갈에 수없이 채이면서
무거운 몸체 받들다
의젓하게 돋보여라

균형을 잡아주며 평생 살다간
낡고 오래된
굽.
(고정애·시인, 전남 목포 출생)


+ 어머니·5

산나물 캐고 버섯 따러 다니던 산지기 아내
허리 굽고, 눈물 괴는 노안이 흐려오자
마루에 걸터앉아 먼 산 바라보신다
칠십년 산그늘이 이마를 적신다
버섯은 습생 음지 식물
어머니, 온몸을 빌어 검버섯 재배하신다
뿌리지 않아도 날아오는 홀씨
주름진 핏줄마다 뿌리내린다
아무도 따거나 훔칠 수 없는 검버섯
어머니, 비로소 혼자만의 밭을 일구신다
(반칠환·시인, 1964-)


+ 어머니를 버리다

풍 맞은 어머니가 밥을 드신다
안간힘으로, 왼쪽으로 오므려 씹는 만큼
오른쪽으로 밥알이 몰린다
오그랑오그랑 로봇처럼 밥을 씹는다
넘어가는 밥보다 흘리는 밥이 더 많다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우리 어머니
꼭꼭 씹어라 꼭꼭 씹어
풍 맞은 어머니 말이…안…된다
밥은 묵었나 밥은 묵었나
전화 속의 목소리 이젠 들을 수 없다
살아서 밥밖에 할 줄 모른 어머니
줄 거라고는 밥밖에 없던 어머니
다시는 밥할 일 없다
밥 한 채 다 날리고 심심한 어머니
하루종일 누워있는 어머니
남자들에게 슬슬 버려지는 어머니
(정병근·시인, 1962-)


+ 나에게 만일

나에게 만일 좋은 점이 있다면
그건 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이다

내게 부족한 게 있다면
그 아버지 만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이승신·시인)


+ 아버지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 극락이구나
(고은·시인, 1933-)


+ 사다리

한 발 한 발
차근차근 오르렴.
나는 괜찮으니
마음놓고 오르렴.

키다리가 되어
높은 벽에 이마라도 잇대어
계단이 되어주고 싶은 아버지,
사다리는
우리들 아버지 같다.

높은 벽에 이마를 붙인 듯
두 발을 땅에 묻은 듯
다 오른 뒤에도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다.

내려오기
더 힘들다고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등을 딛고 내려오라고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다.
(유희윤·시인)


+ 아비

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나 안 들었는지.
(오봉옥·시인, 1962-)


+ 귀여운 아버지

눈이 안 보여 신문을 볼 땐 안경을 쓰는
늙은 아버지가 이렇게 귀여울 수가.
박씨보다 무섭고,
전씨보다 지긋지긋하던 아버지가
저렇게 움트는 새싹처럼 보일 수가.

내 장단에 맞춰
아장아장 춤을 추는,
귀여운 아버지,

오, 가여운 내 자식.
(최승자·시인, 1952-)


+ 아버지와 자장면

내 어릴 적
아버지 손목 잡고 따라가 먹던
자장면

오늘은 그 아버지가 내 손목 잡고
아장아장 따라 와
자장면을 잡수시네

서툰 젓가락질로
젓가락 끝에서 파르르 떨리는
자장면
아버지가 살아온 세월처럼 혈흔처럼
여기저기 툭툭 튀어
까만 피톨로 살아나네
(이영춘·시인, 1941-)


+ 아버지의 런닝구

황달 걸린 것처럼 누런 런닝구
대야에 양잿물 넣고 연탄불로 푹푹 삶던 런닝구
빨랫줄에 널려서는 펄럭이는 소리도 나지 않던 런닝구
白旗 들고 항복하는 자세로 걸려 있던 런닝구
어린 막내아들이 입으면 그 끝이 무릎에 닿던 런닝구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게를 많이 져서 등판부터 구멍이 숭숭 나 있던 런닝구
너덜너덜 살이 헤지면 쓸쓸해져서 걸레로 질컥거리던 런닝구
얼굴이 거무스름하게 변해서 방바닥에 축 늘어져 눕던 런닝구
마흔일곱 살까지 입은 뒤에 다시는 입지 않는 런닝구
(안도현·시인, 1961-)


+ 늙지 않는 아버지

올같이 노인이 흔한 해에도
우리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평생 노인 한번 못 되고
떠나셨다
나는 50이 넘었는데도
그분은 아직도 30대
오늘같이 흔한 경로잔치에
그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섭섭하다
무덤 앞에는 봄마다
그분 대신에 할미꽃이 늙는다
그분은 아직도 30대
내가 그분보다 20이 넘었는데도
그분 앞에서는 수염이 나지 않는다
(이생진·시인, 1929-)


+ 아버지

아버지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당연히 힘들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당연히 아프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돈이 없어도 돈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돈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이제
내가 아버지 되어보니
우람한 느티나무처럼
든든하고
크게만 보였던
아버지
그 아버지도

힘들 때가 있다는 것을
아플 때가 있다는 것을
돈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장이니까
가족들이 힘들어할 까봐
가족들이 실망할 까봐

힘들어도
아파도
돈 없어도
말을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이문조·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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