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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기도 모음> 작자 미상의 '그날이 왔을 때' 외

     날짜 : 2012년 02월 23일 (목) 8:32:03 오전     조회 : 2455      

<죽음에 관한 기도 모음> 작자 미상의 '그날이 왔을 때' 외

+ 그날이 왔을 때

놀이터에서 어린아이가
모래 장난을 한참 하다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 즈음
엄마 목소리를 듣고 손에 묻은 모래를
탁탁 털고 기쁘게 달려가는 모습처럼,
제가 이 세상 삶을 떠나야 할 때
이런 모습으로 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삶 안에서 강한 애착 집착을 보이는
제 모습을 보면
막상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왔을 때
떠나지 못해 울고불고 손놓지 못하면
그 모습 때문에 얼마나 더 아플까
많이 두렵답니다.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은 것처럼
더욱더 사랑할 수 있기를
주님께서 온통 내 안을 차지하시기를
두 손 모읍니다.  
(작자 미상)


+ 세상에서 숨길 거두었어도
  
세상에서 숨길 거두었어도 어디엔가
다람쥐 마을에라도 살아 있으려니 믿어지는 사람,
살아서보다 죽어서 더욱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
나도 죽어 더욱 향기론 이름이 되고 싶다.
(나태주·시인, 1945-)


+ 이제 와 우리 죽을 때에

하느님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제 남은 길이 아무리 참혹해도
다 받아들이고 그 길을 따를 테니
제가 죽을 때 웃고 죽게만 해 주세요.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바랄게요.
그때가 언제라도 좋으니
"저, 잘 놀다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떠나게만 해 주셔요.

저도 제 사랑하는 이들께
삶의 겉돌기나 하는 약속 따윈 하지 않을게요.
오직 한가지만 다짐할게요.
우리 죽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떠나가자고

"고마웠습니다. 저 잘 놀다갑니다"
그렇게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불살라가자고.
(박노해·시인, 1958-)


+ 마지막 손님이 올 때

올해도 많은 이들이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
눈물의 샘이 마를 겨를도 없이
저희는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떠난 이들의 쓸쓸한 기침 소리가
미루어둔 기도를 재촉하곤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찾아올 손님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아직 살아 있는 저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헤아려 볼뿐입니다.
그 낯선 얼굴의 마지막 손님을
진정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가
상상보다는 어렵더라는
어느 임종자의 고백을 다시 기억하며
저희 모두 지상에서의 남은 날들을
겸허하고 성실한 기도로 채워가게 하소서

하루에 꼭 한번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용서를 먼저 청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깨어 있게 하소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듯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지혜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당신의 은총 없이는
죽음맞이를 잘할 수 없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저의
믿음 또한 깊지 못해
깊은 회개를 미루는 저희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오늘도 함께 봉헌하며 비옵니다.

삶과 죽음을 통해서
빛과 평화의 나라로
저희를 부르시는 생명의 주님
당신을 향한 날마다의 그리움이
마침내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부활의 기쁨으로 열매맺게 하소서.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화려하게 꽃피는 봄날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사고나 실수로 나를 찾아오지 않고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은 푸르고 맑아
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 되게 하소서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나의 삶에 맡겨주신 달란트를 남기게 하시고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며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주님의 구원하심과 죄의 용서하심과 사랑을
몸과 영혼으로 확신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믿음으로 잘 살아가라는 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게 하소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 고요히 기도 드리며
나의 영혼을 주님께 맡기게 하소서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죽음을 맞을 때

주님,
제게 또렷이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기쁨으로
맞이하게 하소서.
엄연히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애써 거부하려는
어리석음을 짓지 않게 하시고,
다만 죽음 속에 예비된 새 삶의 세계를
의심 없이 믿고 따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평온한 미소와 희망 어린 표정으로
이웃까지 위안하는,
밝은 죽음을 맞게 하소서.

주님,
저로 하여금 모든 미련을 다 버린 깨끗한 영혼으로
서게 하신 다음,
하느님에 닿으려는 순수한 희망으로 채워주시어,
끝없는 사랑의 빛을 따라 거침없이 떠나가게 하소서.
이 땅에서의 작은 수고도 값진 대접을 받으며
영원의 초원으로 들게 하소서.

주님,
제가 지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하느님을 원망하는
일이 없이 그 동안 베풀어주신
많은 은혜에 미소 어린 눈물을 쏟으면서,
또한 발아 있는 하느님의 약속에 가슴 벅차하면서
상쾌히 떠나가게 하소서.
비록 하찮은 영혼이지만 용서하시어,
하느님을 바라보며 살아왔다는 공로로 끝없이
아름다운 고향에 들게 하소서.
제 영혼을 다만 주님께 맡기나이다.
아멘.
(김영수·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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