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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착해지는 시 모음> 남궁벽의 '별의 아픔' 외

     날짜 : 2012년 02월 22일 (수) 11:47:10 오전     조회 : 2475      

<마음이 착해지는 시 모음> 남궁벽의 '별의 아픔' 외

+ 별의 아픔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어린아이가 뒹굴을 때에
감응적으로 깜짝 놀라신 일이 없으십니까.

임이시요,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세상 사람들이 지상의 꽃을 비틀어 꺾을 때에
천상의 별이 아파한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남궁벽·시인, 1894-1922)


+ 소스라치다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뭇 생명들
(함민복·시인, 1962-)


+ 오늘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정채봉·아동문학가)


+ 나무처럼 살기  

욕심부리지 않기
화내지 않기
혼자 가슴으로 울기
풀들에게 새들에게
칭찬해 주기
안아 주기
성난 바람에게
가만가만 속삭이고
이야기 들어주기
구름에게 기차에게
손 흔들기
하늘 자주 보기
손뼉치고 웃기
크게 감사하기
미워하지 않기
혼자 우물처럼 깊이 생각하기
눈감고 조용히 기도하기
(이경숙·아동문학가)


+ 징검돌  

개울을 건널 때
등을 내어 준
돌이 아파할까 봐
나는 가만가만 밟고 갔어요.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목련에게 미안하다

황사먼지 뒤집어쓰고
목련이 핀다

안질이 두렵지 않은지
기관지염이 두렵지도 않은지
목련이 피어서 봄이 왔다

어디엔가 늘 대신 매 맞아 아픈 이가 있다
목련에게 미안하다
(복효근·시인, 1962-)


+ 자연이 들려주는 말

나무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뚝 서서 세상에 몸을 내맡겨라.
관용하고 굽힐 줄 알아라.

하늘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을 열어라. 경계와 담장을 허물어라.
그리고 날아올라라.

태양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돌보아라.
너의 따뜻함을 다른 사람이 느끼도록 하라.

냇물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 말라.

작은 풀들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겸손하라. 단순하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척 로퍼)


+ 세상에 나와 나는
  
세상에 나와 나는
아무 것도 내 몫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푸른 하늘빛 한 쪽
바람 한 줌
노을 한 자락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굴러가는 나뭇잎새
하나

세상에 나와 나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직해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꼭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단 한 사람
눈이 맑은 그 사람
가슴속에 맑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

더 욕심을 부린다면
늙어서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게
만나고 싶은 한 사람
그대.
(나태주·시인, 1945-)


+ 길가의 돌

나 죽어 하느님 앞에 설 때
여기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
한 사람 한 사람 붙들고 물으시면
나는 맨 끝줄에 가 설 거야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슬그머니 다시
끝줄로 돌아가 설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세상에서 한 일이 없어
끝줄로 가 서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울면서 말할 거야
정말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한 일을 생각해 보라시면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할 거야
하느님, 길가의 돌 하나 주워
신작로 끝에 옮겨놓은 것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정종수·시인)


+ 들꽃의 노래

유명한 이름은
갖지 못하여도 좋으리

세상의 한 작은 모퉁이
이름 없는 꽃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몰라봐도 서운치 않으리

해맑은 영혼을 가진
오직 한 사람의

순수한 눈빛 하나만
와 닿으면 행복하리

경탄을 자아낼 만한
화려한 꽃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소박한 꽃과 향기로
살며시 피고 지면 그뿐

장미나 목련의 우아한 자태는
나의 몫이 아닌 것을

무명(無名)한
나의 꽃, 나의 존재를

아름다운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가리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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